첨예한 매력
JP) CV :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의 하늘떡잎 학원 - 마메자와 사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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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노세 세이지 一之瀬 成治
🇰🇷 이세진 李勢振
🇩🇪 이안 자이스 Ewan Zeiss
아마 신주쿠 시민이라면 [이치노세 라멘]에 한번쯤은 가 보았을 것이다. 야마노테 선을 타고 신주쿠 역에서 내려 계속 걸으며 편의점 두개를 지나보내고 튀김집 앞에 도착하면, 바로 그 오른편에 보란 듯 자리해있는 동네 최고의 라멘 가게 말이다. 장소에 제대로 도착했다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주방 앞의 의자에 걸터앉아서 장난감 폴라로이드를 만지작거리는 바가지머리 꼬마와도 한 번쯤은 마주쳤을 것이고. 인사는커녕 시선을 피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싸가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녀석이 수줍음을 타고 낯을 가리는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대충은 알고 있다. 앞으로는 먼저 인사해주자. 물론, 지금 다시 라멘집에 간다면 그 꼬마는 그 자리에 없겠지만.
이치노세 가에는 대대로 비급 하나가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돼지뼈를 장시간 삶아 우려낸 육수 레시피가 바로 그것. 듣기에는 실로 간단하게만 느껴지는 이 비급에 얽힌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이 육수에는 신묘한 힘이 깃들어있어 이것을 한번 입에 대는 순간 강력한 매혹제라도 삼킨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는데-물론 마신 자는 육수에 매혹되는 것이다-그 강렬한 매혹은 곧 중독으로 변모하여, 숙주를 육수에 탐닉하게 만들어버리지만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귀한 육수를 다시 입에 대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고, 결국 이 불쌍한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죽고 만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워낙 유서 깊은 오래된 이야기이니 약간의 과장도 가미되어 있는 듯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으레 손아귀에 황금을 쥔 자는 의기양양해지기 마련이다. 그걸 방증하듯 이치노세 가는 비법을 외부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고, 전설은 갈수록 무덤에 꽃이 핀다느니 사실은 그것을 먹고 죽은 사람의 뼈를 고아 만드는 것이라느니 사실은 악마와 계약을 해서 얻어낸 비법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점점 더 허무맹랑해져가는 듯했다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요리비책은 세이지의 증조부 대에 와서야 비로소 이치노세 라멘이라는 이름으로 세간에 선보여지게 되어 엄청난 대박을 쳤고 그 명맥은 세이지가 태어날 때까지 꾸준히 이어져 지금에로 귀결된다.
한편 이치노세 라멘의 3대 주방장인 세이지의 아버지는 하나뿐인 자식인 세이지가 4대 주방장으로서 라멘집을 물려받아 운영하길 바라는 듯하지만, 세이지는 딱히 가업을 물려받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특별히 하고 싶은 건 없지만, 아직 세상엔 라멘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은 것 같아서.
뭐,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다 싶으면 그 때 가서 배우더라도 늦지는 않겠지.
※한국 세계관/서양 세계관으로 로컬라이징시 각각 칼국수집/슈페츨레 전문점으로 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