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소개


별이라는 이름의 항성

키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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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타도리 츠이 辿り 着い

🇰🇷 단도하 湍導夏

🇬🇧 타르디스 리치몬드 Tardis reachmond

배경


타도리 츠이는 똑똑한 아이였다. 그는 두 살 때 숫자와 사칙연산을 깨우쳤고, 세 살 때는 혼자 신문 위를 걸어다니며 글자를 터득했다. 네 살 때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미분식을 스스로 증명했으며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즈음에는 이미 고교 올림피아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을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대로 성장해 나간다면 세기에 한 번 등장할까 말까 한 천재로 이름을 날릴 것만 같았던 그에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이 모든 업적들을 무력화시켜버릴 정도로 극심한 선천성 피부 질환이 그것이었을까.

타도리 츠이는 어느 산골 마을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1506그램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세상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잠시,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작은 전신에 피부염과 습진이 산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갓난쟁이였던 츠이는 매일 밤 간지러움과 고통에 울어제끼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두세 살 즈음엔 발진 때문에 가려움을 호소하며 몸을 박박 긁느라 맨 정신으로 밤을 지샜다. 네 살 때는 온몸에 딱지가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어 있었고, 어린이집에 갈 때에는 상처가 생겼다가 나은 흉터들이 몸을 뒤덮어 거무스름하고 칙칙한 자국들이 몸 전체에 무늬처럼 얼룩덜룩하게 생겨 있었다. 등원해서 만나는 또래 아이들은 아토피 흉터가 징그럽다며 츠이를 피했고, 선생님이 아무리 주의를 줘도 그런 행동은 나아지지 않았다. 평균적인 발달상태의 유아를 대상으로 한 수업은 그에게는 한없이 지루한 단순 노동처럼 느껴졌다. 유치원을 졸업할 때 즈음 츠이는 혼자가 되어 있었다.

흉터는 츠이의 온몸 뿐이 아니라 츠이의 정신과 삶에 또한 얼룩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인관계에서의 차별과 외모에 대한 조롱은 더욱 심해져갔고, 수업 시간은 과목을 막론하고 날이 갈수록 무료해졌다. 타고난 고지능으로 인한 생각의 흐름은 보통 수준에 비해 한없이 빨라, 그런 머리를 갖고 남들과 대화를 할 때면 자신과 그들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츠이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했고, 아이들은 그런 츠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재미없어했다. 학교에서 츠이는 성적만 좋다 뿐이지 피부는 썩어 문드러진 데다 인성은 쓰레기 같은 학생으로 통했고, 어느 순간 츠이는 자신을 둘러싼 이 사회 네트워크에 학을 떼고 만다. 매일 밤 팔다리를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대며 스스로 이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자각한 건지, 아니면 본인은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에 이 우매한 중생들과 어울리려고 애쓰는 건 한낱 시간 낭비라고 단정지어버린 건지는 그만이 알 일이었다. 아무튼 이 따분한 삶에 염증을 느낀 츠이는 허약한 몸에 흐르는 얼마 안 되는 에너지를 적어도 인류 따위보다는 더 나은 부분에 할애해보자고 다짐했고, 의외로 그 다짐이 나아갈 방향은 빨리 정해졌다. 수학을 제외하고 그나마 들어줄 만한 과목이었던 과학 시간에 태양계에 대해 배운 것이 그 발단이었다. 츠이는 우주를 이루고 표현하는 천문학적인 수치들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건네는 아득함에 완전히 압도되어버렸고, 수업이 끝난 후 우주를 향한 감상은 곧 갈구로 변질되어갔다. 우주가 지닌 숫자로부터 전해져오는 광활한 공간감이 선사하는 웅장함은 그에게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다가왔고, 츠이는 곧 우주에 온 관심을 쏟게 되었다. 흑백 화면만 나오던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내던 츠이의 매일에 선명한 원색이 입혀졌다. 츠이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달려가 안드로메다 은하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고, 저녁을 먹은 후 도서관에 가 우주 공간을 채운 암흑물질에 관한 책을 읽고, 밤이 깊으면 옥상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았다. 그럴 땐 이상하게도 몸이 간지럽지 않았다.

한편, 우주를 숭상하고 인류와 생물을 하찮게 여기는 특성은 이 시기와 사춘기를 겪으며 더욱 심화되고 고착되어갔다. 츠이는 스스로가 이 깡촌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고, 자신이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내부로 삭히던 츠이가 고입 원서 시즌에 어느 수도권 소재의 명문고 입시 요강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는 그저 불만을 품은 채로 흑화해 암흑의 골방철학자로 전락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새 학기 시작 한 달 전, 츠이는 홀로 도시에 상경한다. 더 넓은 우주에로 당도하기 위해, 가장 작은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